스포츠 중에서 일반인들에게 접근성이 쉽고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만한 몇 안되는 운동 중에
배드민턴이 있습니다.
글을 보시는 분들 대부분이 집에 배드민턴 라켓 1세트정도는 있으실테고,
어렸을때 한번 이상은 배드민턴을 쳐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저에게 배드민턴은 부담없이 실력이 없더라도
사람들과 어울리며 하기에 좋은 운동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시점에서부터 TV에 시합하는 것이 나오면서
올림픽에서 보는 것이 익숙해졌죠.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배드민턴에서
이름을 날렸던 선수는 박주봉, 김문수, 나경민, 김동문, 길영아, 장혜옥 등
한국 배드민턴이 전성기를 누리던 1990년대의 스타들부터
방수현, 이용대, 이효정까지.....기억나는 선수들은 정말 많은데,
언젠가부터 메달권과 멀어지기 시작하다가
이번주 월요일인 8월5일 드디어 16년 만에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이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또한 길영아선수의 아들로도 알려진 김원호와 정나은이 혼합복식 은메달을
따내며, 모처럼 전성기만큼은 아니어도 올림픽에서
배드민턴 종목에서의 메달을 풍성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자단식에서 16년만에 금메달의 쾌거를 이루고 나서,
경기후 안세영선수의 인터뷰와 기자회견에서
한국 배드민턴계의 오래된 악습과 그로 인한 폐단이 얼마나
한국 배드민턴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지,
금메달 당사자인 안세영 선수가 직접 폭로를 하면서
금메달 환희가 솟아오르자마자 세계적으로 충격적인 뉴스거리가
파리를 달구었습니다.
안세영이 지적한 사항은 크게 두가지였는데요.
바로 배드민턴계의 실적우선주의로 인해
선수들이 몸이 망가져도 보호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
잘못된 선수보호가 관리에 대해 개선의 의지나 소통을 통한 해결통로가
막혀 있는 협회의 독단적인 구조였습니다.
여기에 국가대표팀 김학균 감독과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은
안세영선수와는 다소 상반된 주장을 내놓고 있는데요.
요약하자면, "안세영선수가 선수관리에 대해 서운하게 생각했을 수 있다.
우리도 이번 기회에 선수보호와관련해서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진상조사를
해보겠다. 단, 안세영선수가 주장한 부상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진행된 국제대회
스케줄은 본인의 의지에 따른 것이었고, 전례 없이 1100만원을 들여 전담 한의사까지
고용해서 붙여줬다."는 식입니다.
실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땄을 때,
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로 고통스럽게 경기에 임한다는 것이
TV로도 느껴졌으며, 캐스터가 직접 "금메달도 중요하지만,
선수 생명에 지장이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며
결승전에서 무리한 출전에 대해 크게 걱정을 할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유튜브에 각종 짤이나 크리에이터들의 분석에 의하면,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는 관중석에서도 소란이 일어날 정도로
당시 안세영 선수의 투혼출전은 심각한 분위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체육계 전반의 선수보호관리실태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고, 대한체육회 차원에서도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하는 등
일단은 비판적인 여론에 문체부를 포함한 체육계 제도권에서
전반적인 실태 점검을 하는 모양새이며, 배디민턴협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입장문을 내어 반박하는 분위기입니다.
정확하게 어떤 게 사실이고 맞는지는 드러난 바가 없기에
정확히 판단을 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좋은 뜻으로 뭉쳐 일을 이뤄나가는 데 있어
어느 조직이나 문제점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협회든 안세영선수든(그 외에 모든 선수들) 간에
본인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와 조금은 객관적으로 모든 것을
아우르며 생각할 때 입장이 다를 수도 있고요.
이번일을 계기로 그냥 단순히 그 당시 문제에 대해
보여주기식의 조사와 개선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암암리에 제기되었던 선수보호부터 시작해서
투명한 스포츠협단체의 운영, 합리적인 소통문화가 정착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네요.
안세영 선수를 무조건 편들어 옹호하기는 힘들지만,
정말 아쉬운 것은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배드민턴계의 어른들의 태도였습니다.
젊은 선수가 조금은 앞서나가게 너무 내부의 문제를 포장하여
공식적으로 폭로한것이 괘씸하더라도 김학균 대표팀 감독은 대뜸
"안세영 선수가 협회와 법적 싸움을 하자는 걸로 보인다."느니,
귀국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무시하고,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안세영 선수의 옆을 무표정으로
지나친 것은 정말... .속좁고, 남의 이야기를 듣기 싫어하는 꼰대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니가 감히, 내부 문제를 발설해? 나와 상의도 없이?'
안세영 선수의 태도 판단은 젖혀두고서라도
안세영 선수가 본인고집이든 협회의 강제사항에 의해서든 간에
무리하게 국제대회를 선수생명의 위험까지 무릎쓰고 소화했고,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은 명백한 사실인데,
그리 냉정하게 본인의 입장에서만 단지 아픈 곳을 긁었다는 이유로
그렇게 매정하게 대하는 태도는 인성적인 문제까지 의심하게 만드는 언행입니다.
종목별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도 안세영 선수를 무단 불참하게 한 부분도
처음에는 안세영 선수가 무단으로 빠졌다고 했다가
인터뷰를 통해 안세영 선수가 '본인에게 통보도 없이 메달리스트 통합 기자회견을 하더라.'
라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명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축구협회부터 배구협회 포함 모든 스포츠협회가 사실 그동안
기업이나 시민단체에 비해 회계감사나 내부운영에 대해
사법부와 여론의 감시로부터 그동안 과도하게 자유로운 특혜를 누린 것도
이참에 제대로된 문체부 감사가 꼭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각 스포츠업계에서 기득권을 지닌
협회나 단체 고위분들은 이제 시대가 변화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선수들과 그 가족들은 물론이고,
국민들이 예전보다도 똑똑하지고, 여론의 힘이 강해졌습니다.
국민들을 우습게 보지 마시길 바랍니다.
우습게 보다가 정말로 다시 일어설 수 없을 후회를 하실 것입니다.
'성숙하고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한 생활 속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더십의 위기극복] 다양함을 품을 수 있는 힘, 포옹 (0) | 2024.08.20 |
---|---|
(젊은 천재의 반란) 윤리에 대한 의식 변화 (1) | 2024.08.16 |
[뉴스를 읽다] 대한민국, 남은 메달밭은? (0) | 2024.08.01 |
[축구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의 신뢰 리더십 (0) | 2024.07.31 |
직장인 경조사 및 경조 휴가의 의식 변화 (1) | 2024.07.18 |